영화정보
상영시간 : 124분
개봉연도 : 2023년
감독 : 이노우에 다케히코
출연 : 송태섭, 강백호, 채치수, 서태웅, 정대만
20년 만에 돌아온 농구영웅들
20여 년 전 만화책으로 봤던 <슬램덩크>가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왔다. 만화책을 읽은 후에는 TV시리즈 애니메이션도 다 챙겨보고, 심지어 일본어를 배우려고 원어로 된 만화책까지 시도해 봤으니 팬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운동신경이 둔한 몸이라 내 몸 움직여 제대로 할 수 있는 운동은 거의 없지만, 경기규칙을 파악하고 보면서 즐기는 것만큼은 자신이 있다. 특히 공 하나를 쫓아 그 많은 선수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구기종목은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한데, 넓디넓은 운동장에서 그렇게 열심히 뛰어다니는데도 가끔 한 번씩 나오는 골에 환호하는 축구보다는 좁은 코트를 왔다 갔다 하며 자주 골이 들어가는 농구를 더 좋아한다. 중고교시절 허재, 한기범, 강동희 선수가 뛰었던 중앙대팀과 서장훈, 문경은, 이상민 선수가 뛰었던 연세대팀의 게임은 경기장까지 쫓아다니며 열심히도 챙겨봤었다. 아마도 그때의 추억 때문에 <슬램덩크>에 더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이번엔 송태섭이 이야기를 이끈다
만화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농구천재 강백호가 주인공이다. 싸움질만 하던 강백호가 농구를 좋아하는 채치수의 여동생에게 한눈에 반해서 농구부에 들어가고 성장하게 되는 '스포츠청춘로맨스만화' 다. 원래의 목적은 좋아하는 사람의 눈에 들기 위해 시작했던 것인데, 자기도 모르게 농구의 매력에 빠져들며 훌륭한 선수가 되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같이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순진하고 열정적이면서도 엉뚱한 강백호의 캐릭터는 정말 사랑스럽다. 그런데 이번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는 가장 매력적인 강백호가 주인공이 아니다. 물론 코트에서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북산의 선수 5명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오프닝과 앤딩을 장식하는 인물이 이번엔 송태섭이다. 키도 작고, 자기보다 실력이 출중했던 형을 잃은 그가 농구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설정도 맘에 들었고, 농구경기에서 전체를 이끄는 가드의 송태섭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감독을 맡은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가드 출신인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야기의 힘은 역시 강하다
감독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CG와 3D 기술이 쓰이는 것이 아주 보편적인 일이 되어버린 요즘 같은 시대에 자신이 하던 예전 방식으로 승부를 건다. 그 옛날 만화책과 TV시리즈에서 봤던 그 화면 그대로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주인공들의 모습, 캐릭터, 동작 등도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런데도 주인공들이 경기를 하며 겪는 매 순간의 긴장과 경기의 흐름이 오롯이 느껴져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온전히 2시간을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야기의 힘'일 것이다. 특히 오프닝에서 20년이 지나도 전혀 늙지 않은 주인공들이 펜 스케치로 하나하나 그려지며 등장하는 장면이 나올 때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며
제목을 그냥 <슬램덩크>라고 해도 극장판으로 구분하면 될 텐데 굳이 앞에 '더 퍼스트'를 붙인 이유는 어쩌면 관객들에게 그다음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감독의 의지를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걸어본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미 NBA로 진출한 송태섭을 보았지만, 유난히 아래 속눈썹이 긴 서태웅과 부상을 무릅쓰고 몸을 날려 공을 살려낸 강백호, 그리고 듬직한 우리의 고릴라 센터 채치수와 정대만의 이야기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것은 모든 팬들의 바람일 것이다.
평점
★★★★★
20년이 지나도 여전한 너희들 덕분에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두근. 고맙다.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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